Interview
조태상 (모임 별) 
Cho TaeSang (Byul.org)

조태상은 모임 별 Byul.org 의 디렉터로 2000년부터 음악, 디자인, 패션, 아트 디렉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에 가려진 측면이 다소 있지만, 조태상은 모임 별이 발표한 대부분의 곡들을 작사, 작곡하고 프로듀싱해 온 오랜 경력의 뮤지션이다.

모임 별이 지난 15년 여간 자체 레이블인 '비단뱀클럽’을 통해 선보인 비정기 간행물 '월간뱀파이어'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음반들을 만선에서 공개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처음 작곡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언제였고, 어떤 곡들이었는지 기억하는가?
즉흥 연주들의 성긴 조합을 넘어 완성된 형태의 곡이라고 생각 드는 결과물을 만든건 고등학교 때 처음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 친구들과 헤비메탈이나 재즈 분야 히트곡들을 연주하는 밴드를 했었는데 항상 갑갑했다. 그러던 중 홀로 이런저런 데모들을 서너 개쯤 만들었고, 다섯 번째쯤 쓴 곡이 ‘푸른전구빛’이었다. 당시만 해도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그 곡들을 연주하는 날이 오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음악이론을 공부한 일은 있는지?
없다.
모임 별 공연에서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악기 연주를 배운 일은 있는지?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다. 음대 진학을 목표로 한 것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제법 긴 시간 동안 연주를 익혔는데, 오래전 남들이 만든 악보를 재현하는 기술을 늘리는 게 의미 없다고 느끼던 즈음 그만두었다. 기타와 베이스 등 여타 악기들은 혼자 익히거나 개발한 엉터리 주법으로 공연이나 녹음에 필요한 만큼만 연주하고 있다.
작곡은 주로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하는가.
일을 하거나, 걸어 다니거나 샤워를 할 때 등 곡과 관련한 단편적인 구상이 떠오르면 다양한 방법으로 메모를 해놓고, 이후 악기 등을 활용하여 완성된 형태의 곡으로 만들어 간다.
작곡과 편곡, 곡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음악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공유할만한) 자신의 음악 작업 스타일과 과정에 대해 짧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 어떻게 스케치를 하고, 어떻게 프로그래밍, 녹음을 하고, 믹스와 마스터를 만드는지.
곡마다 무척 다르고,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 펜으로 오선지를 그려 스케치를 하거나, 스마트폰 녹음 앱을 켜고 흥얼거릴 때도 있다. 음계가 가지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적은 곡들의 경우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메모해 놓는다. 이후 작곡, 녹음 소프트웨어로 옮겨 와서 악기를 연주해 보거나 편곡을 해본다.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즈음 다음번 공연 셋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합주 등 연습을 통해 곡을 가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몇 차례 공연을 통해 새로운 곡에 애정 또는 확신이 생기면 멤버들과 음반 수록 및 녹음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떤 곡들은 단 이삼일 만에 작곡 시작부터 녹음 그리고 EP 등 음반 수록까지 끝내버리기도 한다. 믹싱과 마스터링도 모두 직접 해왔으나, 2011년 발매했던 LP와 새로이 발매될 음반들은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일부 받고 있다.
초기 활동을 하며 어떤 목표를 가졌었는지? 당시와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리가 만든 음악이나 주위 친구들의 삶/작업을 모은 잡지를 만들고 싶었고, 그런 바램과 작업의 결과물이 콤팩트 디스크 부록이 포함된 비정기 간행물 ‘월간뱀파이어’ 시리즈였다. 앞으로도 꾸준히 일상을 기록하는 음악, 음반, 잡지 등을 만들며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홍대 씬 아티스트 및 전문가들’ 상당수가 ‘씬의 발전’을 민족 통일의 과업 마냥 걱정하며 ‘우리의 홍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금 확보’, ‘인디 씬의 산업적 미래’ 등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당시 내 눈엔 주체도, 개념도, 경계도, 의도도, 목적도 제각각일 수 밖에 없는 ’씬’에 대한 걱정들보다, 일단 각자 작곡/연주/제작하는 작품, 음악 자체에 보다 집중하고, 매력적 또는 효과적으로 정리하여 내보내는 게 중요 또는 시급해 보였다.
초기에 어어부 프로젝트, 아마추어증폭기(야마가타 트윅스터) 등 여러 뮤지션들과 공연, 협연, 녹음 등을 하기도 했는데, 2000년대 초반 홍대 음악 씬에서의 활동은 어떠했는지?

클럽 오디션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주 가던 작은 술집에서 첫 공연을 했었다. 두세 달 정도 후 몇몇 레이블에서 음반 발매를 제의받았고, 클럽들에서 단독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큰 행운이라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영업/활동 중이던 클럽이나 레이블, 매체들 중 우리가 동질감, 연대감을 가질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특히 당시 만난 소위 ‘홍대 씬 아티스트 및 전문가들’ 상당수가 ‘씬의 발전’을 민족 통일의 과업 마냥 걱정하며 ‘우리의 홍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금 확보’, ‘인디 씬의 산업적 미래’ 등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당시 내 눈엔 주체도, 개념도, 경계도, 의도도, 목적도 제각각일 수 밖에 없는 ’씬’에 대한 걱정들보다, 일단 각자 작곡/연주/제작하는 작품, 음악 자체에 보다 집중하고, 매력적 또는 효과적으로 정리하여 내보내는 게 중요 또는 시급해 보였다.

그렇다 보니 ‘인디 씬, 홍대 씬’을 강조하는 이들보다는, 인사동 술집 ‘섬’에 모이며 스치던 손님들, 이태원 클럽 ‘트랜스’와 ‘여보여보’의 스태프들, 미술작가/기획자들, 곳곳의 댄스 플로어를 중심으로 한 약물 유통망에 걸친 친구들, 패션디자이너들과 잡지 에디터들, 영화 작업 관계자들 등과 보다 많이 어울렸었다. 그렇게 오고 가는 과정에서 어어부프로젝트,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한받 등등 작업 방향이나 방식에 조금이나마 공감 또는 공유 하는 바가 있는 동료 뮤지션들을 만났고 함께 공연이나 작업을 했다. 어쩌면 그것이 2000년대 초중반의 우리에게 매우 작고 느슨한 형태나마의 ‘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초기부터 공연에서 동료 밴드들의 음악을 커버하거나, 옐로키친, 한받 등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한 ‘비밀경찰’ 리믹스 음반을 발매한 적도 있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주로 외국 뮤지션의 음악을 커버하는 분위기였던 당시로선 드문 일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런 작업 또는 활동을 했던 이유가 있는지? 앞으로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홍대’, ‘씬’, ’인디’를 유독 강조하는 이들을 피하고 싶긴 했지만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이런 저런 형태의 씬 그 자체, 또는 힘을 모아 함께 싸워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에 대한 연대 가능성 등의 긍정적인 기능/측면까지 부정한 적은 없다. 다만 초창기 내겐 장르를 떠나, 창작을 하는 이는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팀 자체를 독립적인 개별 단위 씬이라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그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서울에서 활동하는 주위 아티스트들의 성취를 함께 기뻐하고 평가하며 그에 대해 존중, 애정을 표하는 방법으로 커버, 리믹스 혹은 리믹스를 의뢰하는 방식 등을 택했었다. 나 또한 뭉뚱그려진 ’씬’이 아니라 한명 한명 얼굴과 이름이 있는 동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영감과 지속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향후 리믹스를 부탁하고 싶은 뮤지션으로는, Marqido, 주파수 오대리, Congvu, Ben Acree, MIIIN, 박다함, Sklaventanz 등이 떠오른다. 연주나 노래를 부탁하고픈 이들로는 이태훈(전기기타), 이효리(노래), 김성환(노래), DJ Soulscape(건반), 새소년(협연), 김예림(노래) 등.
밴드 유닛으로서의 모임 별은 그 나름의 우여곡절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몇몇 멤버들이 팀을 떠나거나 새로 들어오기도 했고 공연의 포맷도 바뀌어 왔다. 디자인 팀 또는 콜렉티브로서가 아닌 철저히 밴드라는 측면에서 음악 작업 시, 모임 별의 다른 멤버들과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그 방식이 시기별로 달라진 점이 있는지.
여러 개인적 상황이나 기능과 관련 멤버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있었지만, 음악과 관련한 작곡, 녹음, 프로듀싱 등의 작업은 언제나 나와 조월 두 사람이 담당했다. 공연 포맷의 경우 지난 5-6년 사이 세션 드럼을 서현정이, 베이스를 이선주가 맡는 체제가 정착되었고, 그렇다 보니 공연 연주곡들은 음반에 수록된 편곡에 비해 Rock 한 요소들이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오랜 기간에 걸쳐 발표한 백수십여 곡들의 녹음, 연주 방식이 꽤 다양하다 보니, 한차례의 공연 내에서 이를 모두 재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지라 공연을 위한 셋 리스트와 편곡은 되도록 단순한 밴드 형태에 적합하게 구성하고 있다.
모임 별의 음악에는 전자음악, 팝, 락, 필드레코딩 등 여러 장르적 요소가 섞여 있다. 모임 별의 음악 장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밴드가 아닌 개인 조태상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르나 만들고 싶은 음반이 있다면.
처음 만난 사람이 어떤 음악을 하냐고 물어보면, 보통 ‘가요’라고 답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가요냐고까지 물어보는 경우 전자음악 초창기 소리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곡들을 만든다고 답한다. 모임 별이 아닌 개인으로서 따로 구상 중인 프로젝트로는, 즐겨 듣는 재즈 클래식들을 커버한 음반 그리고 Mahler 5번을 신디사이저들과 기타만으로 녹음한 음반이 있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Tomita Isao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데, 그와는 조금 다른 결의 전자악기 음들로 좋아하는 곡들을 만져 보고 싶다.
처음 만난 사람이 어떤 음악을 하냐고 물어보면, 보통 ‘가요’라고 답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가요냐고까지 물어보는 경우 전자음악 초창기 소리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곡들을 만든다고 답한다.
미국 레이블에서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LP를 발매했고, 독일에서도 곧 새로운 LP가 발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한국 밴드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기회인데, 한국어 가사를 이해 못하는 외국인들이 모임 별 음악에 공감하거나 반응하는 것에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해당 외국 레이블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도 있을 텐데.
음반 발매 제안을 하던 당시 무엇이 좋다는 말들을 한 것 같은데, 이후 실질적인 음반 작업 관련한 무수한 논의 외에도 전반적인 음악, 개인사, 생업, 술 등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나눠서인지 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인들로부터도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불평을 꽤 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딱히 외국인이라고 공감 또는 이해에 더 큰 어려움을 겪진 않을듯싶다. 한편으로 우리에겐 가사 및 노래가 아예 없는 곡들이 훨씬 더 많다.
모임 별을 시작하기 전 또는 초기 모임 별의 음악, 작곡에 큰 영향을 준 뮤지션과 음반을 꼽는다면.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장르에 걸쳐 많은 뮤지션들에 매료되었기에 꼽기가 쉽지 않다. 다만 개인적인 범위로 한정 하여 초기 작곡에 실질적 영향을 준 작곡가를 헤아려 보자면, Bernard Sumner(Joy Division/New Order), Kraftwerk, Karlheinz Stockhausen, Martin Gore(Depeche Mode), Frank Black(The Pixies), Vince Clarke(Depeche Mode/Erasure), Aphex Twin, Kevin Shields(My Bloody Valentine), Morrissey & Johnny Marr(The Smith), 유재하, Brian Eno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역시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준 이는 The Cure의 Robert Smith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post punk, gothic rock 특성을 담은 그의 초기 곡들에 깊이 빠져 있었고, 그 여파가 적게나마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악기는 무엇인가?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어떤 소프트웨어/장비 등을 사용하는지.
초기엔 시타르를 비롯 다양한 악기와 이펙터들을 활용했지만, 지금도 꾸준히 곁에 두는 것들은 Roland Juno 6, Clavia Nord Lead 2, Roland VT-3, Alesis Micron과 Dan Electro의 베이스 겸용 전기 기타 정도다. iPad Pro 어플리케이션으로 Moog Filtatron, Moog Animoog, Korg Polysix, Moog Model 15, Roli Noise 등도 사용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초기에는 Cakewalk, Cool Edit, Logic, Protools 등을 오가며 활용했으나, 지금은 Propellerheads Reason, Ableton Live와 Adobe Audition 정도로 압축해 사용 중이다.
Reason과 Audition을 메인 소프트웨어로 사용하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는 아닌 듯하다. Reason의 경우, 외부 음원용으로는 여전히 인기가 많지만 메인 DAW로 사용하는 것은 드물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다른 소프트웨어에 비하여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다른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작곡/녹음 관련 소프트웨어는 무엇보다 자기 손에 익숙하고 편한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소프트웨어들과 Reason을 병행하며 사용했었는데, 결국 언젠가부터 Reason이 남게 되었다. 아마도 기본 플랫폼과 관련 고민 하던 시절 한 친구로부터 Aphex Twin이 Reason의 초기 베타버전을 작곡에 사용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웬만한 장비라면 그게 무엇이든 그냥 너의 음악을 만들면 된다’는 식의 조언을 들은게 나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Reason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익히 알려져 있듯이 복잡한 와이어링 절차를 철저히 내부화, 간소화했다는 점이며, 단점 역시 동일하다.
월간 뱀파이어 시리즈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월간 뱀파이어들의 재발매 계획은 없는지?
’월간뱀파이어’는 월간으로 나오는 ‘뱀파이어’라는 이름의 잡지가 아니라, 비정기 간행물 ‘월간뱀파이어’가 정식명이다. 가로 세로 20x28cm의 책자에 음악 콤팩트 디스크가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다. 2001년 ‘2’라는 주제/제목을 시작으로, ‘너와나의20세기’, ‘갑판 위에 엎드린 채’, ‘.‘지혜롭고아름다운사람을포기하는법’, ‘빛으로만들어진도시’ 등 그동안 모두 여섯 차례 발간되었다. 지난 호들은 계속 유통사들로부터 재발매 요청이 있지만, 단행본이나 음반이 아니라 시의성과 유효 기간이 장점 또는 특징인 ’잡지’ 형태로 만들어 내놓은 것을 구매 수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제작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인듯 싶다. 중고품이 터무니없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측면 그리고 정비된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만선’을 통해 디지털 형태로 자료들을 공개하지만, 재인쇄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유통사들로부터 재발매 요청이 있지만, 단행본이나 음반이 아니라 시의성과 유효 기간이 장점 또는 특징인 ’잡지’ 형태로 만들어 내놓은 것을 구매 수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제작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인듯 싶다. 중고품이 터무니없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측면 그리고 정비된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만선’을 통해 디지털 형태로 자료들을 공개하지만, 재인쇄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각 월간뱀파이어의 음악과 관련한 특징 등을 꼽는다면? 모임 별의 음악을 대표할만한 한권을 꼽는다면?.
2001년 발매한 첫 번째호의 경우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 등 팀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쓴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당시 우린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 등을 잘 모르던 시기였던 것 같다. 어쨌거나 그런 상태에서 일단 꾸준히 공연을 하며 새로운 곡들을 만들었고, 두 번째호인 ‘너와나의20세기’에 그 곡들을 담게 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음악적으로는 첫 번째호의 연장선에 있지 않았나 싶다. 2004년 발매한 세 번째호인 ‘갑판위에엎드린채’는 여러모로 그 전과 크게 달라진 점들이 있는데, 어쿠스틱 기타와 시타르, 타블라 등 멤버들이 처음 모이던 과정에서 약간은 어쩔 수 없이 편성해오던 악기들을 과감히 모두 걷어낸 점, 우리가 전자음-신디사이저 기반의 밴드임을 명확히 한 점 그리고 이를 위해 이후 여러 음반 제작의 기본이 되는 MacBook과 Reason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본 음원의 사용과 관련해선 실제 미디 케이블들을 떠나보냈으나, 정작 신디사이저는 버츄얼 신스라고 할 수 있는 Nord Lead가 아니라 Roland Juno, Jupiter 등 빈티지 아날로그들을 사용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결론적으로 모임 별의 특징이 담긴 단 하나만을 꼽아야 한다면 앞서 언급한 변화들이 가장 잘 집약된 곡인 ‘비밀경찰’이 수록된 세 번째호를 꼽겠다.
뮤지션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모임 별 + 개인) 프로젝트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한다.
2017년 4월쯤 모임 별의 두번째 정규 음반을 발매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나리 유코 진', '박쥐들, 우리는' 등 녹음한 적 없는 신곡들이 수록된다. 3월 초엔 독일 음반사에서 초창기에 웹이나 EP 등을 통해 공개했던 상대적으로 어두우며 조금은 실험적인 사운드의 트랙들을 모은 음반이 발매될 예정이다. ‘밤도깨비들을 위한 선곡집(Selected Tracks for Nacht Dämonen)’이란 제목이며, 지난여름 최종 디자인과 LP 마스터반이 완성되었고, 현지 프로모션 일정 등을 고려한 레이블의 계획에 따라 현재 생산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정규 음반 외에 앞으로 새로운 월간뱀파이어 시리즈의 발매 가능성은? 새 월간뱀파이어에도 음반이 부록으로 포함되는가?
2017년 하반기쯤 일곱 번째 호를 낼 계획이다. 물론 음반이 포함된다. 다만 그동안과 달리 우리의 곡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 뮤지션들과의 협업한 트랙 또는 우리가 소개하고 싶은 뮤지션들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트랙들도 포함될 수 있다.
STRICTLY MP3라는 제목 아래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디제잉을 하고 있는데, 디제이로서 음악을 고르고 플레이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
STRICTLY MP3는 모임 별의 자체 레이블인 비단뱀클럽이 중심이 되어 주최하는 음악감상회를 겸한 파티다. 어디까지나 ‘쉽고 경쾌한 즐거움’을 위한 것으로, 그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즐길만한 음악을 고른다. 좋은 음악과 분위기를 나누고 즐기기 위한 조건으로 mp3 화일 그리고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스마트폰, 랩톱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름과 관련해선 'Strictly Vinyl'을 만들고 진행하는 360 Sounds에 대한 존경, 감사의 의미를 담은 오마주로 이해되길 바란다.
당신이 작곡한 곡 중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의 곡 그리고 이유는?
어떤 이들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거나, 마음먹기에 따라 젊음이 지속된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 그런 말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할 필요도 없고, 연령대에 따른 특정한 관점과 태도들을 공공연하게 요구하는 사회도 피곤하지만, 자신이 노쇠해 가고 있음을 인정할 줄 모르는, 마냥 젊고 힘은 더 세어지는 중년이나 노년들로 넘쳐나는 세상은 버거움을 넘어 무서울 정도다. 2010년 발매한 동명 음반의 곡인 ‘태평양’은, 개인적으로 과오와 실패도 많았지만, 작은 행운-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젊은 시절을 돌아 보는 동시에 나의 젊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인정하고, 이어지는 다음 삶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이자 내적 선언같은 곡이었다.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고 씁쓸했지만 아무런 장식 없이 당시의 상태와 마음을 담아 가사/멜로디를 썼고, 그래서였는지 지금 돌아봐도 딱히 후회가 남지 않는다.
뮤지션으로서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언제나처럼 꾸준히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로써의 작곡을 하고, 녹음을 하리라 생각한다. 오래전 내가 만든 음악을 들어 주는 이가 전혀 없을 때도 했던 일이고, 앞으로, 어쩌면 곧 다시 그런 때가 와도 변함없이 지속할 일이니까.
사진  |  이차령 www.studiosvs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