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눈
Closed Eyes

쾅프로그램
Kuang Program

Type
Record (Full Length)
Released
2016

Track List
A
01. Little Shop Of Horror
02. 감은 눈이
03. 감은 눈
04. 팔근육
05. 울 수 없나요

B
06. This Filthy Water
07. WE YUM!
08. 은진면 온라인 라이더
09. zzz
10. Why Always Me?
11. 브라질리언 연지곤지
12. 유니콘
Information
Includes
12 MP3 files (320 kbps)
1 PDF file (1 Page / 245 KB)


가사

3. 감은눈

움직이지 않고 깜빡 거리는 잠깐
무엇무엇무엇무엇 직전같은 기분

움직일 수 없어 깜빡 거리는 잠깐
무엇무엇무엇무엇 직전같은 기분

꿈 아닌 그저
X4


5. 울수없나요

울수없나요
부드럽게
극장에서
사랑 때문
이별 때문에

울수없나요
혼자
다같이
울기 때문에


소개글

최태현은 내가 아는 가장 커다란 소리를 만드는 음악가다. 이 음반 역시 기괴하지만 섬세하고 커다랗게 뒤틀린 소리와 리듬으로 가득한, 지금 들을 수 있는 가장 재미있고 날 선 결과물이다. 이 소리들이 감은 눈 저편에서 보았던 것들을 그린 그림인지, 이쪽 편 바깥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그림인지. 어느 쪽이던 틀린 답은 아닐 것 같다.
조월 (모임 별,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나 아니면 너] 이후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최태현은 개인앨범과 즉흥연주 활동을 해왔고 드럼은 권용만이 맡게 됐다. 이 변화가 쾅프로그램안에 어떤 공간을 만들면서 프리 라이딩의 세팅이 된 것 같다. [감은 눈]에는 좀더 계획없는 공기가 훅 흐르고 그게 좋았다. ‘팔근육’이나 ‘브라질리언 연지곤지’, ‘Why Always Me?’는 즉흥곡에 가깝게 들렸고, ‘This Filthy Water’는 911 색광증 같은 가쉽을 늘어놓는 제정신이 아닌 듯한 사운드 재료를 들려주기보다는 거의 틀어막으면서 완성했다. 확실히 쾅프로그램이 가진 주술사와 흥행사의 면모는 조금 다른 형태로 여전히 남아있다. 약간은 미친 말 혹은 그런 기운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조정해서 신체적으로는 어느 순간 ’춤추기’와 ‘듣기’에 각각 몰두하도록 만든다. [나 아니면 너]에서 두드러졌던 쪼개고 어긋나고 느닷없이 시작하는 비트 메이커적인 최태현의 음악 방식이나 독특한 기타리프, 평범하고 작은 말들의 반짝이는 조합의 즐거움도 음반 전체에 적절히 남겨져있다. 쾅프로그램의 (MR없는?) 라이브가 어떤식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대된다. 그리고 [감은 눈]의 라이브 현장에는 이유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는것 보다는 왠지 춤으로 위장한 무술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이미연(미술가, 파트타임스위트 멤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앨범을 듣고 있으니 벌써 해가 다 지고 하루가 끝나버린 듯한 기분이다. 아니면 아주 어두웠었고 너무 즐거웠었던 어젯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착각도 든다. 음악을 전달받자마자 곧바로 듣는 대신, 언제 어떤 시간에 가장 재밌게 들을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물론 이전까지의 쾅프로그램 음악과 이미지를 떠올려보았을 때, 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시간은 밤이나 새벽일 것이다. 쾅프로그램은 늦은 밤 어둡고 좁은 곳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등을 돌린 채 사려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즐거움을 연주하는 것과는 거리를 두며 과장된 분노와 불안, 극도의 흥분, 젊고 생기 넘치면서 동시에 병든 몸을 연주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가장 어둡고 외로운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환영받을 수 있는, 아침이 오면 흔적 없이 사라질 것 같은 밴드이다.

하지만 쾅프로그램의 새 앨범을 그들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시간인 아침에 듣는 지금, 이 밴드는 이전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연주 위주로 구성된 이 앨범에서 가사가 포함된 3번 트랙은 다채로운 이상한 소리와 보컬의 목소리가 뒤섞이고 있다. 줄곧 이어지는 단순한 드럼 비트는 작고 하찮은 치찰음과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 신기한 타격음, 마찰음 그리고 목소리를 강력히 끌어당긴다.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달라붙으며 점점 긴장감이 쌓이던 중, 문득 이 트랙은 한 사람만의 목소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웅장한 함성처럼 또는 작당한 사람들이 무언가 중요한 대화를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앨범은 혼잡한 대로변에서부터 떠드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역, 식당 안, 허름한 골목길 그리고 부서져 가는 콘크리트까지를 파고드는 거대한 소음 덩어리 같다. 모두가 진정되고 가라앉은 상태로 반복적인 일상을 준비하는 아침에 이 폭발적인 덩어리는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어젯밤의 대화들, 웃음소리들, 욕지거리들, 밤거리를 가득 채웠던 사람들의 활력이 기록된 장면을 다시 생생히 떠올리도록 한다.

이 덩어리를 한참 동안 듣고 있으면 지금 해야 할 모든 일을 무시하고 눈을 감은 채 한낮의 시내를 무작정 걸어나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마구 비틀거리며 도착한 곳은 수많은 낯선 사람들이 모여 떠들고 있는 곳이다. 거길 비집고 들어가서는 어떤 대화와 언쟁과 싸움이 오가고 있는지 그 목소리들을 가만히 들어보고 싶다. 쾅프로그램의 새 앨범은 헤드폰이나 폐쇄된 실내 공연장보다는 야외와 어울릴 것 같다. 이들의 연주가 시끄러운 장소의 우연한 목소리들과 겹쳐진다면 더 멋질 것 같다. 사람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연주곡에서도 듣는 내내 누군가 엉뚱한 말을 중얼거리거나 주문 따위를 외고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다양한 부류의 온갖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연주되기를 바란다. 이 소음 덩어리가 도시를 얽매고 있는 반복적인 리듬을 방해하고 혼란을 일으켰으면 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예측 불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이 벌어지는 현장에 함께 있고 싶다.
이정빈(대학생)

최태현의 솔로 작업과 쾅프로그램의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Suicide와 Silver Apples가 떠오른다. 아마도 쾅프로그램 음악의 미덕은 편성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적 형식과 음향적 결과에서의 최소성, 과감성, 그리고 단순성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 음반은 내가 최근에 들어본 음악들 중에서 비상업적 (혹은 상업적이지 ‘못한’) 대중음악으로부터 비전문가적 실험음악으로의 퇴화 내지는 퇴보를 가장 우울하면서도 신나게 표현한 사례인 것 같다. 더욱 더 혼란스럽고 말도 안되는 타락과 몰락으로 청자와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선사해주기를 기대한다.
홍철기 (노이즈 음악가)